지금 1위인 그 제품, 할인 빼면 몇 위일까
-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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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3일 전
야구는 40년 전에 이 문제를 풀었습니다
숫자가 실력을 말해주지 않을 때 생기는 일
1970년대까지 야구에서 타자를 평가하는 대표 지표는 타율이었습니다. 3할 타자는 좋은 타자, 2할 5푼 타자는 평범한 타자. 단순하고 직관적이었죠.
문제는 타율이 실력과 운을 섞어놓은 숫자라는 데 있었습니다. 똑같이 잘 맞은 타구라도 야수 정면으로 가면 아웃이고, 빈 곳으로 가면 안타입니다. 어떤 구장은 담장이 가깝고, 어떤 구장은 멉니다. 어떤 타자는 앞뒤 타순이 좋아서 좋은 공을 더 많이 봅니다.
빌 제임스와 그 뒤를 이은 분석가들이 한 일은 새로운 데이터를 수집한 게 아니었습니다. 이미 100년 가까이 쌓여 있던 기록에서, 운과 환경의 몫을 걷어내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었습니다. 구장 효과를 보정하고(파크 팩터), 리그 평균 대비로 정규화하고, 운에 크게 좌우되는 지표는 평균으로 회귀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그 지표들은 다음 시즌 성적을 타율보다 잘 맞혔습니다. 그래서 이겼습니다.
이커머스의 '타율'은 랭킹입니다
모두가 보고 있지만, 아무도 분해하지 않는 숫자
이커머스에서 브랜드가 매일 확인하는 숫자는 카테고리 랭킹입니다. 우리 제품이 몇 위인지, 경쟁사가 몇 위인지. 회의 자료 첫 장에 들어가는 그 숫자입니다.
그런데 랭킹은 최소한 두 개의 서로 다른 힘이 합쳐진 결과입니다.
하나는 제품력입니다. 검색 노출 없이도 사람들이 찾는가, 리뷰가 좋은가, 재구매가 일어나는가.
다른 하나는 가격 이벤트입니다. 이번 주에 30% 할인 중인가, 쿠폰이 붙어 있는가, 플랫폼 프로모션 배너에 들어갔는가.
이 둘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로 하나의 숫자에 뭉쳐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1위다"라는 문장은 사실 두 가지 뜻일 수 있습니다. 제품이 강해서 1위이거나, 이번 주에 가장 많이 깎아서 1위이거나.
문제는 이 둘이 완전히 다른 미래를 예고한다는 점입니다.

사례 1. 1위였다가 3주 만에 27위가 된 헤어케어 U사
순위는 올랐는데,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헤어케어 브랜드 U사는 지난해 대형 쇼핑 시즌에 주력 샴푸를 38% 할인으로 밀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으로 보였습니다. 카테고리 3위에서 1위. 사내 보고서에 "카테고리 1위 달성"이 올라갔고, 다음 분기 예산도 그 성과를 근거로 편성됐습니다.
프로모션이 끝나고 정가로 돌아온 뒤, 순위는 3주 만에 27위까지 내려갔습니다. 프로모션 이전 위치인 3위보다도 훨씬 아래였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할인 기간에 유입된 구매자 상당수는 제품을 산 게 아니라 가격을 산 사람들이었습니다.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았고, 리뷰 평점은 오히려 소폭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한 번 크게 깎은 가격은 소비자의 기준가를 바꿔놓았습니다.
만약 U사가 할인 보정 순위를 보고 있었다면, 1위를 찍던 그 시점에도 보정 순위는 여전히 4~5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겁니다. 순위가 오른 게 아니라, 할인이 순위를 들고 있었을 뿐이라는 걸요.
사례 2. 순위는 12위인데, 실력은 3위였던 주방가전 V사
저평가는 순위표에 표시되지 않습니다
반대 방향의 사례도 있습니다.
주방가전 V사의 전기포트는 해당 카테고리에서 오래 12~15위를 오갔습니다. 마케팅팀은 이 제품을 "성장이 멈춘 라인"으로 분류하고 광고 예산을 절반으로 줄이는 안을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제품은 거의 할인을 하지 않는 제품이었습니다. 반면 위에 있던 열 개 남짓한 제품 대부분은 상시 20~40% 할인 상태였습니다. 즉 12위라는 숫자는, 다른 제품들이 가격을 깎아 만든 순위와 정가로 겨룬 결과였습니다.
할인 조건을 동일하게 맞춰 보정하면 이 제품의 위치는 3위권이었습니다. 검색 노출이나 광고가 아니라 제품 자체로 만들어진 순위였다는 뜻입니다.
V사는 예산 축소 대신, 이 제품에 소폭(8%)의 할인을 붙였습니다. 순위는 한 달 만에 5위로 올라갔고, 프로모션 종료 후에도 9위선을 유지했습니다. 원래 그 자리에 있을 제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례 3. 경쟁사의 1위를 따라가다 마진만 잃은 펫푸드 W사
상대의 순위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모르면, 잘못된 상대와 싸우게 됩니다
펫푸드 브랜드 W사는 경쟁사가 카테고리 1위를 6주 연속 유지하는 것을 보고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대응책으로 자사 주력 제품의 가격을 두 차례 내렸습니다. 순위는 4위에서 2위로 올라갔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경쟁사의 1위는 플랫폼이 카테고리 단위로 지원하는 한시적 쿠폰에 크게 기대고 있던 순위였습니다. 쿠폰이 종료되자 경쟁사는 별다른 조치 없이 5위로 내려갔습니다.
W사는 내려간 가격을 다시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미 소비자 기준가가 형성됐고, 리뷰에는 "예전에 더 쌌는데"라는 언급이 쌓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필요 없던 가격 인하를 영구적으로 떠안은 셈이 됐습니다.
경쟁사 순위를 볼 때 진짜 필요한 질문은 "몇 위인가"가 아니라 "그 순위 중 얼마가 가격으로 산 것인가"입니다.
그래서, 할인 보정 순위는 어떻게 계산할까요
개념은 단순하고, 어려운 건 데이터의 폭입니다
1단계. 같은 제품의 가격–순위 이력을 길게 모읍니다.
한 시점의 스냅샷으로는 아무것도 분리할 수 없습니다. 최소 수개월 단위로 가격, 쿠폰, 순위가 함께 기록돼 있어야 합니다.
2단계. 카테고리 전체의 '할인 탄력성'을 추정합니다.
같은 카테고리 안의 수천 개 제품에서, 할인율 1%p가 평균적으로 순위를 몇 계단 밀어 올리는지를 계산합니다. 이 값은 카테고리마다, 국가마다, 플랫폼마다 크게 다릅니다. 야구로 치면 파크 팩터에 해당합니다.
3단계. 개별 제품의 순위에서 할인 기여분을 걷어냅니다.
남는 숫자가 할인 보정 순위입니다. "이 제품이 정가로만 겨뤘다면 있었을 자리"입니다.
4단계. 예측력으로 검증합니다.
여기가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세이버메트릭스가 인정받은 건 개념이 그럴듯해서가 아니라, 다음 시즌을 더 잘 맞혔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할인 보정 순위도 "프로모션 종료 후 8주 뒤의 실제 순위를 표시 순위보다 잘 예측하는가"로 검증돼야 합니다. 이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지표는 그냥 예쁜 숫자입니다.
이 계산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수식이 아닙니다. 2단계에 필요한 데이터의 폭입니다. 한 카테고리의 탄력성을 추정하려면 그 카테고리의 상위 제품 전체를, 여러 달에 걸쳐, 여러 국가와 플랫폼에서 동시에 보고 있어야 합니다.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까요
지금 당장 점검할 수 있는 네 가지
1. 우리 주력 제품의 순위 상승 구간에 항상 할인이 겹쳐 있지 않은가
겹쳐 있다면, 그 순위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순위입니다.
2. 프로모션 종료 후 4주 뒤 순위가 프로모션 이전보다 낮아진 적이 있는가
있다면 그 프로모션은 순위를 산 것이 아니라 미래의 순위를 당겨 쓴 것입니다.
3. 경쟁사 순위를 볼 때 그들의 가격 이력을 함께 보고 있는가
가격 없이 순위만 보는 것은, 상대 카드를 안 보고 베팅하는 것과 같습니다.
4. 할인을 거의 하지 않는데도 중위권을 유지하는 제품이 있는가
있다면 그 제품이 지금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저평가된 자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세이버메트릭스가 이긴 이유는 데이터가 많아서가 아니었습니다
빌 제임스가 가진 데이터는 다른 모든 구단이 이미 가지고 있던 것과 똑같았습니다. 차이는 그 숫자가 무엇과 무엇의 합인지를 물었다는 것뿐이었습니다.
이커머스도 같은 지점에 와 있습니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순위를 봅니다. 그러나 순위가 제품력과 가격 중 어느 쪽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분해해서 보는 브랜드는 아직 드뭅니다.
그 분해가 가능해지는 순간, 같은 순위표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